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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열전(張儀列傳) - 패권을 완성시킨 현실주의자, 장의(張儀)의 연횡책(連衡策)과 처세의 지혜 《장의열전(張儀列傳)》은 소진(蘇秦)과 함께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국제 질서를 뒤흔든 종횡가(縱橫家)의 대표 주자인 장의의 일대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진이 여섯 나라를 묶는 합종책(合從策)으로 일시적인 평화를 이끌었다면, 장의는 흩어진 나라들을 진(秦)나라에 복속시키는 연횡책으로 진나라의 천하 통일 기반을 닦았습니다. 그의 삶은 오직 이익과 권력의 논리로 움직이는 현실 정치의 냉혹함을 보여주며, 이는 현대 사회의 조직 역학 관계와 처세에도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장의는 위(魏)나라 사람으로, 소진과 마찬가지로 귀곡자(鬼谷子)에게서 유세술(遊說術)을 배웠습니다.초기 고난과 소진과의 '이익 동맹'장의는 유세에 나서기 전, 초(楚)나라 재상에게 몸을 의탁했다가 재상의 구슬을 훔쳤다는 오해를 받아 심한 모욕..
소진열전(蘇秦列傳) - 세 치 혀로 천하를 주름잡은 책사, 소진(蘇秦)의 드라마틱한 인생 《사기열전》의 〈소진열전(蘇秦列傳)〉은 전국시대의 외교가이자 책략가였던 소진(蘇秦)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는 재능은 탁월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좌절을 거듭했고, 이후 냉철한 판단력과 치밀한 언변으로 역사의 무대에 복귀한 인물입니다. 사마천은 이 열전을 통해 단순한 성공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설득의 힘과 인간관계의 본질을 통찰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 이야기는 오늘날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관계, 전략, 명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적 텍스트로 읽힙니다.초기 실패와 와신상담(臥薪嘗膽)소진은 본래 하남(河南) 지역 사람으로, 젊은 시절부터 학문과 병법에 능했습니다. 그는 전국시대의 유명한 모사(謀士)인 귀곡자(鬼谷子)의 문하에서 장의(張儀) 등과 함께 수..
순경열전(荀卿列傳) - 인간의 본성과 제도의 철학, 순자의 현실적 유가 사상 《사기열전》의 〈순경열전(荀卿列傳)〉은 유가(儒家)의 한 갈래를 대표한 사상가 순자(荀子)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편입니다. 사마천은 이 편에서 공자와 맹자의 이상주의적 도덕론을 이어받으면서도, 철저히 현실과 제도를 중시한 순자의 철학을 통해 유가 사상의 현실적 완성을 보여줍니다. 순자는 흔히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性惡)”고 주장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마천은 그를 단순한 비관주의자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제도 속에서 길러내고자 한 현실적 이상주의자로 평가했습니다.순자는 전국시대 말기의 조(趙)나라 사람으로, 젊은 시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학문을 연마했습니다. 그는 제(齊)나라의 직하학궁(稷下學宮)에서 학문을 닦았고, 유가뿐 아니라 도가(道家), 법가(法家), 묵가(墨家) 등 다양한 사상가들..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 난세를 비춘 지혜의 별무리, 공자의 제자들을 기록하다 《사기열전》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은 중국 고대의 성인 공자(孔子, 자는 중니)와 그의 제자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마천은 이 편을 통해 단순히 한 철학자의 전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을 가르쳐 세상을 바꾼 인간’으로서 공자를 조명하고, 그의 사상과 인품이 어떻게 제자들을 통해 후대에 이어졌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사기》 전체에서 이 편은 유일하게 사상 전승의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된 장으로, 동양 윤리와 인문정신의 원형을 보여줍니다.공자는 춘추시대 노(魯)나라 출신으로, 혼란한 시대에 도(道)를 세우고자 한 사상가이자 교육가였습니다. 그는 가문이 몰락한 귀족이었으나, 배움을 통해 인격을 완성하고 세상을 교화하고자 했습니다. 사마천은 그를 “천하의 스승”으로 칭하며, 그가 유가(儒家) 사..
오자서열전 (伍子胥列傳) - 충성과 복수 사이에서 흔들린 인간의 비극 《사기열전》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 은 사마천이 기록한 수많은 열전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편으로 꼽힙니다. 주인공 오자서(伍子胥) 는 춘추시대 말 초나라 출신의 충신으로, 부친과 형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자 그 복수를 다짐하고 살아남은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충성과 정의, 의리와 현실의 모순이 교차하는 인간적 서사로 읽힙니다. 사마천은 오자서를 통해 권력의 덧없음과 인간의 신념이 맞서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오자서의 부친 오사(伍奢)는 초나라의 명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간신 비무기(費無忌)의 모함으로 인해 왕의 의심을 사서 투옥되었습니다. 오사와 그의 큰아들 오상(伍尚)은 왕명을 거역하지 않고 처형당했지만, 둘째 아들 오자서는 간신들의 계략임을 알..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 - 전쟁을 넘어 인간을 다스린 지혜의 병법 《사기열전》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 은 중국 고대 병법의 양대 거장, 손무(孫武) 와 오기(吳起) 의 생애를 함께 다룬 편입니다. 사마천은 이 두 인물을 통해 단순한 전쟁 기술이 아닌, 지혜와 인(仁) 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손무와 오기는 시대와 환경이 달랐지만, 모두 병법을 국가 경영의 핵심으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끝은 서로 달랐습니다. 손무는 명예롭게 은퇴했지만, 오기는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열전은 “승리보다 사람을 다스리는 도”라는 주제를 관통합니다.손무(孫武): 병법의 완성자, '손자병법'의 탄생먼저 손무의 이야기는 가장 널리 알려진 병법서 《손자병법(孫子兵法)》 의 기원과 함께 시작됩니다. ..
상군열전(商君列傳) - 법으로 나라를 세운 상앙, 개혁과 비극의 이야기 《사기열전》의 〈상군열전(商君列傳)〉은 법가(法家)의 창시자 상앙(商鞅, BC 390?~BC 338) 의 일생을 기록한 편입니다. 상앙은 춘추전국시대 중 진(秦)나라의 변방 귀족 출신으로, 진 효공(孝公)을 만나 대대적인 법치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혁신가로서의 위대함과 동시에, 개혁이 낳은 냉혹한 결과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습니다. 사마천은 이 편에서 권력과 법, 이상과 현실의 긴장을 통찰력 있게 그려냅니다. 상앙의 등장과 진 효공(孝公)의 지지위(衛)나라 공실(公室)의 서자(庶子) 출신인 공손앙(公孫鞅), 즉 상앙은 처음에는 위(魏)나라에서 관직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지 못하고 진나라로 건너갔습니다. 당시 진나라..
사마양저열전(司馬穰苴列傳) - 군율과 정의로 세운 제나라의 명장 이야기 《사기열전》의 〈사마양저열전(司馬穰苴列傳)〉은 춘추시대 말 제나라의 명장 사마양저(司馬穰苴)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름보다도 ‘군율(軍律)’과 ‘책임’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마천은 이 편을 통해 전쟁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지도자의 도덕적 권위와 군의 기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무공담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을 다스릴 것인가”라는 고전적 주제를 다룬 사상적 열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등장 그리고 군율을 세우다사마양저는 제나라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에는 이름 없는 무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천거한 인물이 바로 제나라의 재상 전문(田文)이었습니다. 제나라는 당시 진나라와 초나라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군이 문란하여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마양저..